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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 살면서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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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mi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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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서 살면서 놀랍게 여겨지는 점 중에 하나는 한국을 무척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에서 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좋아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싫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나 서울의 복잡함과 경쟁에 대한 아쉬움들을 종종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살면서 계속해서 느끼는 건, 한국의 치안이 얼마나 좋은지, 한국의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과 음식점이 얼마나 많은지, 또 놀 것 볼 것과 예쁜 카페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국 곳곳의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깊이 감동하게 된다.

맨 처음 토론토에 도착한 날, (지금의 코리아 타운이라는 핀치 근처가 아닌 - 근데 뭐 거기도 비슷하다) 토론토내의 올드 코리아 타운 근처에 걸어가면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이게 다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 동네도 자주 가게 되었고 이제는 이 풍경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한국에 가면 너무나 세련된 길거리에 놀라게 될 것만 같다.

우리 회사 사원방에 올라오는 최근 맛집의 음식 사진들을 보며 한국을 그리워 하면서 살고 있는 중에 오늘 재밌는 일이 있었다. 토론토의 퇴근 시간 지하철은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혼잡한데, 나도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리기 전 3, 4정거장 전이었는데 지하철 문이 고장났다는 방송이 나왔고 지하철 한 칸 중 한 개의 문만 열리는 거였다. 서로 서로 알려줘서 그 쪽으로 다들 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 방송이 나오더니 운행이 불가하다면서 모두 내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문이 고장난 것도 웃겼는데, 다닥 다닥 붙어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다 내리라고 하니까 이게 뭐지 싶었다. 그런데 웃긴 포인트는 별로 불평 없이 다들 내린다는 것이지. 그러면서 그 정거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한테 상황 설명도 하고,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고. 그리고는 기다렸다가 다음 차, 혹은 사람이 많아서 타지 못하면 그 다음차를 타고 다들 흩어졌다.

신기한 것은 서울에서였으면 엄청 짜증이 났을 것 같고 투덜거렸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무도 말을 안하니, 물론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도 별로 화가 나지는 않더라. 사실 서울에서는 내 평생 이런일이 일어난 적도 없다. 지연된 적은 있어도 문이 고장나서 타고 있는 모두한테 내리라고 하는 일이라니. 상상만 해도 몇몇의 신경질적인 사람들과 욕짓거리가 떠올라 마음이 불편하다.

도대체 이런 여유는 어디서 생기는 것인지 생각해 봤는데, 우선은 서울 대비 적은 인구수와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캐네디언의 신사다움이랄까? 내가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가게 되면 때때로 캐나다의 높고 아름다운 하늘과 문을 여는 사람의 기다림과 밖에 나오면 수없이 말하게 되는 Thank you와 No problem 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다.